산하,준하에게
얼마전, 아버지가 4박5일 일정으로 출장다녀왔었지?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볼까한다.
우리나라에 한진중공업이라는 배 만드는 회사가 있단다. 너희들도 아다시피 우리나라의 배만드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거북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배를 잘 만들었단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 쌓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환경도 한 몫 했겠지.
한진중공업이라는 회사는 국내에서는 발전에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단다. 그러던 중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선택하게 되었지.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배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필리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수빅이란 지역에 아주 큰 공장을 세웠고 또 세우고 있단다. 수빅, 수빅만에는 미국의 해군기지가 있었던 곳이기도 해.
아버지 회사는 새로 짓는 공장에 철판을 공급하게 되었지. 연간 10,000톤 정도이니 아주 많은 양이란다.
이렇게 철 구조물이 서게되면
아버지 회사에서 공급한 철판으로 벽과 지붕을 만든단다.
필리핀은 약 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16세기부터 에스파니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던 나라란다. 지금은 아시아 국가 중 못 사는 나라에 속하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만하더라도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였지. 한국전쟁 당시 필리핀은 대한민국에 군대를 파견하기도 했었단다. 1960년대 후반 우리나라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씨(독재자였단다)가 필리핀을 방문하여 "나 죽기 전에 대한민국이 필리핀처럼 잘 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하였다는구나. 그만큼 우리로서는 부러운 나라였지.
그럼, 그렇게 잘 살든 나라 필리핀은 왜 지금 아주 못 사는 나라가 되었고 필리핀보다 못 살았던 우리나라는 더 잘 살게 되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버지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해.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나라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과의 격차가 적단다. 그리고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대우를 받는단다. 그럼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나라는 어떨까? 그렇지! 못사는 사람에겐 교육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해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지. 그것이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차이란다.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똑같이 독재자가 통치하는 시대를 거쳤지만 우리는 독재자에 맞서 싸워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고 필리핀은 그러질 못했단다. 물론 필리핀도 독재자에 맞서 싸운 사람이 많았단다. 하지만 대다수의 민중들이 호응하지 못해 실패로 끝나버렸지.
열심히 공부를 해도 잘 살 수 없다면, 힘껏 노력해도 잘 살 수 없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그렇지! 대충대충 살려고 하겠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그 나라는 힘이 커지겠지.
음..사설이 길었네^^ 자! 이제 아버지의 출장길을 따라 와 보려무나. 필리핀이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수박 겉핥기식이나마 구경을 해보자꾸나.
아버지가 묵은 숙소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중심에 있는 해리티지호텔이란 곳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의 전경을 담았단다.
아침을 먹고 수빅이란 곳을 향해 출발하였다. 마닐라에서 세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지라 서둘렀단다.
아래 보이는 차는 '찌푸니'라고 하는데 찦차를 개조해 만들었다고 하더구나. 가히 필리핀은 '찌푸니'의 천국이었지. 온 도시가 이 '찌푸니'로 넘쳐나더구나.